디트로이트에서 3년을 지내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누구나 미국을 상상하면 뉴욕의 마천루, LA의 헐리우드, 애리조나의 광활한 자연을 상상 했을 것이다.
하지만, 디트로이트의 미국이 진짜 미국의 모습이었고, 그 미국은 자동차였다.
과연 미국사람들에게 자동차의 의미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시작에는 디트로이트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모터시티에서 자동차의 이름으로 태어난 사람들
모터시티라는 이름은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산업이 자리를 잡았을 때 생긴 이름이다. 그리고 이 이름을 만들어낸 사람들이 있다. 포드, 뷰익, 캐딜락, 쉐보레, 크라이슬러, 닷지 등 지금은 자동차 브랜드의 이름이지만, 이 모든 이름은 그 자동차를 만들어 낸 사람들의 이름이다. 그리고 이들이 만들어 낸 도시가 모터시티 디트로이트이다.
디트로이트는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태어난 도시와 같았다. 오대호가 만들어주는 뱃길과 산이 없어 공장을 짓기에 너무 좋은 대지 환경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동차를 타기에 아주 적합한 넓은 땅을 가지고 있었다. 자동차의 이름으로 태어난 사람들은 이런 환경을 잘 이용하였다.
디트로이트는 자동차 산업의 발전과 함께 미국의 사람들과 자본을 끌어들였고, 1900년대 중반에는 미국에서 손에 꼽히는 도시가 되었다.
모터시티에서 러스트벨트로
미국의 광활한 대지를 활용한 싱글하우스 위주의 주택개발은 자동차를 생활의 필수품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포드의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의 발견과 대량생산은 자동차를 더욱 싸고 보급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넘어 자동차 제국은 영원할 것 같았다.
미국의 자동차 기업들은 합병을 통해 GM, 포드, 크라이슬러의 빅3만이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다. 빅3는 여러 브랜드를 가지고 있었고 매출의 증대를 위해 각 브랜드는 고유의 특성을 반영하여 완벽한 자동차가 아닌 특화된 자동차를 만들었다. 사람들은 어딘가 부족한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자동차 산업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 자동차가 아니면 살 수 있는 자동차가 없었다.
하지만, 1900년대 후반에 이르러 가격이 싸고 필요한 기능만 넣은 일본 자동차가 등장했다. 일본 자동차는 미국 자동차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 되었고, 상대적으로 작은 크기 덕분에 높은 연비를 가지고 있었다. 미국 자동차의 단점을 거의 완벽하게 보완해주었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침체는 시작되었고, 대응하기에는 일본 자동차의 품질은 너무 좋았다. 디트로이트의 인구는 급격한 속도로 감소하였다. 2008년 금융위기는 모터시티를 녹슬게 만든 결정타였다. 빅3는 모두 파산위기에 몰렸고 녹슬어, 러스트벨트가 되었다.
그럼에도 자동차는 미국의 것
미국 정부의 지원으로 겨우 살아난 자동차 산업은 지금 새로운 변화기를 겪고 있다. 비록 빅3의 명성이 이전과 같지는 않지만 높은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이 자동차의 나라라는 것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계기가 있다. 바로 2008년 테슬라의 등장이다. 자동차 산업은 많은 자본이 필요한 산업이기 때문에 새로운 회사가 생겨나기 어렵다. 하지만, 테슬라는 성공적으로 자동차를 출시했고 심지어 자동차의 패러다임을 바꾼 전기차를 출시했다. 현재는 모든 자동차 회사가 전기차에 매달리고 있고, 테슬라는 전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자동차 기업이 되었다.
이제는 빅3가 아닌 빅4라고 해야 하는 미국 자동차 기업의 판매량은 토요타, 폭스바겐, 현대기아차에 밀리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판매량이 높을 수 있는 이유는 미국의 판매량이 많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미국 시장을 놓을 수 없는 것이었다.
미국에서의 자동차란
미국 사람들이 은퇴하면 딱 두가지가 남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모기지가 끝난 싱글하우스와 픽업트럭 한대이다. 그들에게는 집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자동차이다. 미국 주택의 일반적인 모습인 싱글하우스는 자동차를 위한 공간이 따로 있다. 차고를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하지만, 자동차를 위한 공간을 따로 만든다는 것부터가 자동차에 대한 생각을 보여준다. 몇십년이 지난 자동차를 지속 정비하여 타고 다니다. 심지어 본인들의 컬랙션을 자랑하는 축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도시중심으로 이루어진 유럽과 아시아는 도로가 좁기 떄문에 작은 크기가 자동차가 중심을 이룬다. 하지만 미국은 넓은 국토로 자동차의 사이즈의 폭이 다양하다. 스파크와 같은 작은 자동차 부터 거대한 크기가 자동차가 있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가장 큰 SUV인 펠리세이드는 미국에서 미드사이즈 SUV다. 중간정도밖에 안된다는 이야기이다. 서버반, 유콘, 웨고니어와 같이 빅3에서 판매하는 대형 SUV가 길가에서 흔히 보이며 실버라도, F시리즈, 램과 같은 일반적인 픽업트럭은 한국의 1톤 트럭을 작아보이게 만들 정도로 거대하다.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고등학교에 다니게 되며 면허를 딴 자녀에게 중고차를 사주는 장면이 흔하게 나온다. 자동차를 운전한다는 것은 이제 어른이 된것이며 자신의 공간과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과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생활의 필수품이지만 나 자신 그대로에게 투영해볼 수 있는 것이 바로 미국의 자동차이다.
두서없이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쓰다보니 정리가 안된 글이 되었다. 자동차 중심 도시에서 지내면서 든 생각들과 역사를 정리해보고 싶었다. 앞으로는 세부 주제로 더 자세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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